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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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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방
2024-04-15
조회수 : 225

 

그 방의 문지기는 수련인데요

바람과 구름을 거느리는 수련은

꽃을 피워 문을 장식했어요

파문이 일었고,

파문인다는 건

누군가 그 방의 문을 따고 있다는 거죠

그러나 이 계절 열쇠인 꽃들과 소금쟁이……

새들조차도 그 문을 열 수가 없어요

그리하여 문 밖을 배회하고 있는 것들

수염 길게 늘어트린 수양버들이

잉어들의 복화술을 듣고 있는 시간이네요

석양이 투신해 방을 데우다 사라지는 사이

누군가 돌 하나를 냅다 집어던졌어요

풍덩, 자물쇠 따는 소리 선명하게 들리더니

문지기는 놀라 몸을 움찔하고요

누군가 무심히 던진 돌이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그 돌,

달과 별을 잠재우는 방의 구들이 되는 줄은

아무도 몰랐어요

수련이 부유하는 그 곳

붉은 얼룩무늬 잉어가 사는 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