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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세상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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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무렵
2024-05-30
조회수 : 140

폐업무렵

 

 

이 호선 삼가 역에서

삼 호선 삼가 역으로 건너가는

지하통로에

오일장보다 더 가끔 떴다 장이 선다

그것도 역무원이 잠깐 뒤돌아선 순간이

전 영업시간이다

노파 사장님께서는 세월 일구기가

묵정밭보다 더 힘들었는지

손이 갈퀴손이다.

그 손으로 머루, 달래며 도라지를 다듬는데

아기 삼칠일 목욕 시키듯 알뜰하시다

신문지에 벌려 논 천연 산 귀물들이

사회면 지방 기사로 읽히는 동안

한 꺼풀씩 촌티를 벗기며

속을 발라 내시는데

고향 산천 체취가 비염 걸린 지하도를

허브 향으로 멋 내준다

이미 폐업 신고했을 텐데

뭘 더 하겠다는 건지 자꾸 구시렁거리는

그 치마 속에서 아무도 점지하지 않았는데도

심신 산천을 잉태한 산 더덕 한 뿌리

달리는 전동차에 고향 맛을 실어주고

신장개업한 폐업 무렵이

물레방아 도는 내력을 잘 아는 산 나물

그 친 자연 방향제로

역구내를 명랑 일색으로 가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