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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세상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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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설법
2024-01-29
조회수 : 296

콩나물 설법

 

까만 보에 싸여

어둠 속 웅크린

알 깨어난다

고개를 밀어 올리며

세상을 향한

물음표로 자란다

한 줌에 딸려 나와

누군가 몸 깨끗이 씻어주는 날

둥그런 들통 열탕에 들어

거듭난다

무료 급식판에 담겨

한 숟가락 둥둥 공중에 떠오를 때

일생 딱 한 번 햇살과 눈 마주친다

바람벽에 기대앉은 목젖을 뜨겁게 적시고

또다시 어둠에 잠겨들며

노숙자의 빈속을 달래주는,

생을 향한 물음표는

그렇게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