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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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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필 무렵/글 . 이순주
2024-01-12
조회수 : 359

수묵화 필 무렵 

 

겨울 지나 한층 부드러워진 바람의 붓질,

대지는 화선지였다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며 선이 굵고 힘찬

획이 그어졌다

바람이 운필의 속도를 조절하여 농담을 이룬 자리

쑥을 뜯던 당신 흰 옷자락 흔들렸다

그때 필법이 능란하여 비백을 만들어낸 바람,

 

나무를 타고 올라가 꽃망울들을 매만졌다

툭툭 산벚나무의 꽃망울들이 터지곤 했다

당신 얼굴 주름살이 웃자

망울진 꽃망울들은 다투어 벙글었다

당신이 쑥대궁을 자를 때마다

묵향처럼 쑥 내음 피어올랐다

우리가 산기슭에서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는 동안

정겨운 수묵화 한 폭 살아났다

이제 그만 내려가요 어머니,

대답 대신 당신은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으로

배가 불룩한 검정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가지런한 틀니 드러내며 내게 봄을 건네준 그 해

당신은 먼 길을 떠나가시고

시시때때 꺼내보는

 안에 소장된 수묵화 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