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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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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년해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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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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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인재-권혁수
2023-09-27
조회수 : 454

천재와 인재

 

권 혁 수

 

새벽에 교통방송을 켰더니 마침 방송진행자가 세계적인 골프선수 리디아고이야기를 들려준다. 리디아고는 지난해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와 상금랭킹 1, 최저타상을 수상한 골프영재다. 그 리디아고가 코치와 함께 야외에서 퍼팅연습을 할 때 그의 아버지는 양산도 쓰지 않고 지근거리에서 6시간 동안이나 의자에 앉아 묵묵히 지켜보더라는 이야기다. 사랑과 인내로.

그녀의 경우처럼 우리는 축구선수 손흥민과 그의 아버지, 피겨선수 김연아와 그의 어머니 등 세계적인 천재스타들의 자녀교육과 성공과정을 언론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다.

 

저지난해 말, 수학영재교육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드라마 <멜랑꼴리아>(주연백승유, 이도현 분)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는데, 최근에는 천재소년 백강현군에 대한 뉴스가 한동안 TV를 뜨겁게 달구었다. 백군은 14세 과학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그 학생이 학습 분위기 문제로 학교를 자퇴했다가 다시 철회했다가 또다시 반복하는 등 혼란을 겪는다는 소식이다.

언젠가 천재로 알려진 김웅용 신한대 교수나 송유근씨도 모양은 다르지만 교육과정 때문에 적잖이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있다.

천재(天才)나 영재는 높은 지능을 가진, 선천적으로 보통사람보다 뛰어난 정신능력이나 재주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하늘이 내린 특별한 재원>이랄까, 기독교 기도문 중에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As above so below/在世理化, 弘益人間)>라는 대목이 있다. 천재는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을 이루는데 쓰일 재목(材木)이란 의미 같다.

 

하지만 천재와 영재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재(人材) 역시 하늘의 뜻을 이루는데 쓰일 필요한 재목임에는 다름이 없다. 인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하는데, 저지난주에는 그 인재를 가르치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 교육 환경의 맹점이 노출된 사례라 하겠다.

하여 이즈음 순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굽은 나무는 반드시 도지개를 대고 쪄서 바로잡은 뒤에야 곧아지고, 무딘 쇠는 반드시 숫돌로 간 뒤에라야 날카로워진다.” <순자>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뼈와 근육을 고통스럽게 하며, 하는 일을 어렵게 한 다음, 그 사람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고 견디는 성질을 기르게 한다.” <맹자>

 

공부에는 수고와 고통이 따른다는 의미리라. 나무의 굽은 정도나 쇠의 무딘 두께에 따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려면 그만큼 선생과 학생 모두가 수고를 해야 하고 심신의 고통뿐 아니라 사회적 고난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리라.

 

세계적인 천재 아인쉬타인도 지난한 학교 교육과정을 겪어야했고 그런 과정에서 상대성이론을 착안하고 완성하여 발표하기까지 숱한 신고를 겪어야했음을 그의 자서전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그렇듯 역사적으로 고난을 극복한 수많은 천재들로 하여 다양한 문화와 문명은 창조되고 발달되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창조적 성취의 배면에는 평범한 인재들의 지극한 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느 나라에나 박물관이 있어 해외여행을 할 때면 으레 그곳에 들러 우리는 천재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역사를 배우곤 한다. 세계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레오나르도다빈치의 <다비드 상>조각상이나 <모나리자>의 초상화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 박물관 밑바닥에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땀과 잡석이 무수히 깔려있을 것이고 벽체는 인재들이 손으로 깎고 다듬은 나무와 벽돌로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10대 부강한 나라로 발전한 것도 앞서 말한 천재들의 부모 못지않은 학부모들의 지극한 교육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6.25전쟁이후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아라비아 사막을 건넜고 5대양6대주를 누비며 학교와 작업 현장에서 연구하고 배운 대로 실천하고 땀을 흘려 얻은 결과였던 것이다.

6.25전쟁의 폐허 위에 세우기 위해 그 시절에는 허용됐던 나름의 교육방식과 의식이 작금에 와서는 통용이 되지 않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순자와 맹자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선생이 해야 할일, 부모가 해야 할일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탐욕과 욕심 그리고 무지로 하여 기준선을 넘고 있는 것뿐이다.

 

코이의 법칙(Kois Law)이 있다. 비단잉어의 일종인 코이가 어항의 크기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진다는 논리다. 이참에 이기적이고 편협한 어항 같은 공간이 아닌 넓은 강 같은 환경에서 재세이화 홍익인간(在世理化 弘益人間)의 정신으로 미래의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교육풍토가 새롭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또한 제주도에 가면 마을 돌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음을 볼 수 있다. 돌담에 바람의 길을 낸 것이다. 그 길로 태풍이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바람을 빠져나가게 하여 돌담이 무너지지 않게 함으로써 농작물이 쓰러지지 않고 잘 자라게 하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구멍을 허용하지 않는 시멘트 담이 아닌 제주의 돌담처럼 이 시대의 부조리한 바람은 모두 술술 빠져나가게 하고 순한 사랑의 훈풍을 오롯이 남게 하여 건강하고 유능한 천재와 인재를 육성하는 미래지향적인 국민정서가 마련되길 이 가을 아침에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