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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란 어떤 타입의 인간일까? 우리는 사기꾼일까, 아니면 그들에게 당하는 피해자일까? 사기꾼은 악인인가, 선인인가? 과거와 현재의 우리 시대는 ‘사기꾼 전성시대’인가, 아닌가? 사기꾼이 사기를 당했을 때 그는 사기꾼인가, 아닌가? 이 작품의 작가는 사기꾼일까, 아닐까? 또 이러한 사기꾼 스토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나 관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 작품은 이와 같은 물음들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 다중적(多重的)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혼파티」의 작가 류보상 희곡 문학의 후기 대표작으로 꼽힐 것 같은 이 작품이 연극계의 관심을 뜨겁게 달궈놓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라퐁테느가 「우화」에서 얘기했듯 “사기꾼을 속이는 것은 기쁨 중의 기쁨”이니까.
이 작품의 작가 류보상과 나와는 비록 출신 대학이 다르고 근무한 직장도 같지 않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학 재학생 때 문학상에 입상했고, 4반세기 이상을 서울의 종합 일간신문사 편집국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와 나와는 대칭적 대조적인 점이 더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에 달린 열매나 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무 자체를 먼저 파악하지 않아선 안 된다”는 지론에 따라 그의 인간적 장점과 약점을 노출시켜 보는 게 이 작품 이해를 위해서도 순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61년도 등단이래 지금까지 소설 한 장르만을 줄곧 고집해온 데 비해 그는 희곡 소설 방송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해온 이른 바 ‘만능 작가’다.
내가 신문사에서 저널리스트로 샐러리맨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신문사에서도 주로 새로운 매체의 창간 담당자로 저력을 발휘했고, 그 전후에는 잡지 발행인도 되어 경영 능력을 발휘했으며, 극작을 하는 것만으로 부족하여 극단 <사계(四季)>를 창단하여 이름난 연기자들도 많이 배출해낸 단장 생활을 하는 등 때로는 돈키호테적 열정으로 경영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노래 부분에서도 내가 음치에 가까운 데 비해 그는 거리 악사(樂士)의 기타 음률까지 잡아 줄만큼 전문가 수준이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인간을 가능한한 멀리하려는 내 생활 스타일과는 달리 그는 그들이 ‘약점 투성이의 인간들’임을 잘 알면서도 그리고 또 속는 줄 알면서도 정(情)이 많아 친구들에게 돈도 잘 떼어먹히고, 그 뒤에도 그들에게 여전히 술 사주고 밥 사주며 꾸준히 폭넓게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에 널려있는 이기적인 인간, 멍청한 척 하면서 제 실속만 차리는 데는 천재들인 주위의 소위 출세족, 유명인사족들보다 그들이 오히려 더 순수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이런 인성(人性)의 작가가 회갑과 진갑을 넘기고 나서 쓴 작품이 바로 이 「어느 사기꾼의 고백」이다. 인간으로도, 문학으로도 원숙한 경지에 이른 작가가 20세기를 정리하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 바로 이것이어서 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역시 매우 높은 것 같다.
사기사(詐欺師). 꾀로 남을 속여 이득을 챙기는 도사. 그 위법 행위자가 사기꾼이다. “입법자든 혁명가든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는 몽상가가 아니면 사기꾼”이라는 괴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선거철만 되면 우리는 사기꾼들의 사육제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는 이어서 “남에게 속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기가 자신에게 속는 것이다”라고 분석하고, 에라스무스는 “세상은 속여지기를 바란다”는 명언도 남겼다. 사기 행위란 어느 특정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는 말들이다. 이 작품 속에서 제1차적 사기꾼은 누구일까?
스토리 전개만을 두고 말한다면 이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딱 한 차례 등장하는 차사장이 외형상 사기꾼이다. 전원주택 사업을 빙자하여 돈 많은 사람들을 등쳐서 수십 억을 편취하고 부도를 낸 채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는 퇴역 장군, 의학박사, 고급 공무원, 국회의원, 대학교수, 전 장관, 차사장 친구 등이 모두 사기 피해자로 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은 외형상 분명 사기 피해자들이므로 이들의 얘기가 ‘사기꾼의 고백’일 수는 없다는 단순 논리가 먼저 관객 앞에 제시된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여기에는 ‘사기꾼의 고백’이 없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차사장의 얘기는 관객이 기대하는 고백일 수가 없고 그 역시 자기를 사기친 놈을 잡기만 하면 다 일이 해결된다면서 자기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 吳 仁 文 (소설가)
유보상 :
1939 인천 출생, 소설, 희곡 작가, 서울신문 기자 출신
[소설]
이브의 딸
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역)
비계덩어리(역)
[콩트집]
유보상콩트집
[희곡]
이혼파티
1962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1967 대한공론사 편집부 기자
1967 코리아헤럴드 편집부기자
1968 서울신문 주간국 편집부기자
1969 서울신문 정리부 기자
1972 서울신문 편집부 차장
1973 서울신문 정리부 차장대우
1975 서울신문 정리부 차장
1981 서울신문 정리부장대우
1985 서울신문 정리부장
1987 서울신문 주간국 주간편집 부장
1988 서울신문 주간국 선데이서울부장
1992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부국장급 선데이서울부장
1992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부국장겸 출판부장
1992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부국장겸 뉴스피플부국장
1995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출판부장(부국장급)
1996 서울신문 사장실 심의위원(부국장급)
대한민국 연극제 문공부장관상,1977
한국문인협회 제38회 한국문학상,2001.12.19
제20회 한국희곡문학상,2001.12.25
제14회 단국문학상(희곡선집-사기꾼 천국),2002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인상(문학부문),2005.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