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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서녘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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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는 날
2024-07-20
조회수 : 90

남들 다 제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에
낯 선 마을로 이사 가자고
나는 짐을 꾸린다.
버리기 보다 지니고 가기 힘들어서
빈방에 슬그머니 밀어 둔 울 엄니
못 가고 남으신 나무람이며
지니고 가기보다 버리고 가기 더 힘든 
집 사람 한숨이 마른 밥풀 붙듯
말라붙어 따라오고

그만 해도 될 것 같은데도
넉살 좋게 길을 재촉하는 역마살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리워지는 옛집을 두고
어느 별로 다시 이사 하자고
나는 자꾸 아프면서 늙는 건지...
금방이라도 울음 뿌릴 듯
가장자리도 붉은 놀은 저리도 한참인데
버리기도 지니기도 힘든 서러움이
헤어지지 말 자며  
저 먼저 휘적거리며 앞 서 가는
올망졸망한 내 보따리
기왕지사 이지경이니
아예 전입신고 하고 함께 살까
어둠도 시름겨운 가
가로등에 달빛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