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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서녘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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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장터-고향 인천이야기
2024-07-05
조회수 : 110

 

 

어쩌다
화도진 너머 화수 부두에 
풍어제로 난장이 서는 날이면
칭얼거리다 쥐어 박히는 일이 있어도
해신에 만선 구하 는 울긋불긋한
풍어제 깃발 펄럭임에
꽹과리 장구 나발 소리 어울려
삶은 돼지 머리 돈 물려가며 재수 비는
祭主제주님 싹싹한 너스레가 좋았나 보다
단 것 먹으면 벌레 생긴다고
돈 아끼시던 아버지 한데

엿이라도 한 가락 얻어 걸리면
왜 그렇게 하늘이 높고 푸르던지
흥부네 살림 인양 누덕누덕 기움질한 꼴로
쟁강쟁강
가위 춤추던 엿장수가 좋아지고
날 선 칼로 마구 그어도 멀쩡한 팔 보면
차력 사도 되고 싶었다
어쩌다 놀이패가 풍물 잡을 때면
무등 탄 춤바람 두둥실 해서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아직 남았는데도
즐거운 날 해는 너무 짧더라
파장에 모두가 주섬주섬 돌아가고
석양이 등불 걸린 길거리 천막에서
유랑극단 가락에 줄타기 하던 계집애
젖은 눈빛이 세레나데 같아서
잘만 되면 꼬여다가 각시 삼고 싶었고

할 수만 있다면
덧 이에 걸려서도 맑게 웃던 모습
드래그해다가 붙여 두기 하고 싶었다
이젠 그 난장도 없고
엿장수 쟁강 춤도 살아진 지금
멋대가리 없이 비싼 아파트가
풍어 놀이판이 놀던 옛날을 몰아다,
헐 값에 떨이 해버렸다는데
눈치 없는 기다림만 혼자,서성
서성, 늙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