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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서녘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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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뿌리의 말이다
2024-07-07
조회수 : 150

 

 

꽃들은 뿌리의 말이다
어젯밤 꿈에 놓쳐버린 꽃사슴을 아쉬워한다

약수터 오르는 길
약수터엔 약수가 없다

나와 눈이 마주친 청설모가 쏜살같이 달아난다

진달래 철쭉이 지는 걸 보지 못했다

그 많던 개망초나 쑥부쟁이는 다 어디로 갔나

갈대는 갈 데가 없어서 제자리에 마른 채로 무리 지어 서 있다

모든 생명력 있는 것들은 죽어서 별이 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노을 밤에는 꽃들의 별자리를 찾아봐야겠다

오늘이 선물이라면 내일의 나는 역사 속에 갇혀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연못이 침묵이라면
잃어버린 나의 언어는 어디에서 찾을 까

저기 있는 저 말뚝은 말 맬 말뚝인가

꽃들은 뿌리의 말이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못 그린 기린 그림이다
주어진 말놀이 과제나 실행해야겠다

내 안에 꽃 사슴을 너무 가둬 두었다

 

이순주 시집 '어떤 계절은 구석에서 시작된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