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염천 기차 오는 소리를 살피려고

뜨거워도 철길에 귀를 대고 있는 아이가 있다

철길 위에 올려 논 못이 바퀴에 눌려 납작해지면

그만, 그것이 그날 행복의 전부

칼로 갈거나 끝을 세워 송곳을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갈고리로 구부려서

바람에 걸어놓고 높이 오르는 것을 꿈꾸던

철없는 그 녀석을 만나러 거기엘 간다

자유공원에 올라서서는 맥아더 동상 옆에

꼭 이순신 장군 닮은 모습으로 서서

바다도 더 큰 바다로 가기 위해서는

파도 먼저 풍랑으로 물결쳐야 비로소

간만의 차 심한 세상을 건너

먼 나라 가는 뱃길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때

무작정 높이만 연 날던 꿈도 철 들어

거뭇하던 수염자리 제법 짙어지고

동화 속 같이 순한 문간 등이 켜진 그 골목집

사랑하고 처음 통성명한 곳이 바로 그 앞이라서

고향은 언제나 숨 가쁘게 그리운 곳

아침 놀, 분홍 구름이 일몰로 내리는 장엄한 서해를

갈매기가 흔들어 깨우는 항구

자장면이 태어난 청관 넘어 하인천으로

아직도 여드름에 떠꺼머리

늙을 줄 모르는 그 녀석을 만나러 거기에 간다

 


 

김기덕 시인
김기덕 시인

서봉석 시인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고향에 간다.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이 담긴 하인천에서 만나는 철없는 아이는 내면의 아이이면서 늙지 않는 소년이다. 소년은 늘 높은 이상을 꿈꾸면서 맥아더나 이순신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풍랑이 되고자 한다. 간만의 차가 심한 세상을 건너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지 않고 내면의 성숙을 이루고자 한다. 고향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하기에 언제나 그리운 곳이다. 서봉석 시인은 분홍 구름이 일몰로 내리는 장엄한 서해의 항구에서 꿈 많았던 자신을 만나며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 ‘아침 놀’, ‘분홍 구름’, ‘갈매기 흔들어 깨우는 항구’는 그를 꿈꾸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삶의 무대를 바꿈으로 언제까지나 늙을 줄 모르는 여드름에 떠꺼머리 소년이라는 주인공이 된다. 투영된 내면의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꿈을 통해 그는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의 정점에서 그의 삶은 늘 새롭게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