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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설날 감회

세배 돈 주실 할아버지 기다리는 동안
세배 돈 주고 싶은 손자 기다리는 나이가 됐다

서봉석의 설날 감회중에서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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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촉의 반란
2025-01-13
조회수 : 17

 

 

엄지가 툴툴거린다

펜을 달래기란 힘든 일이다

먼지 낀 서가 일우(一隅), 곰팡내 그윽한

어느 곳에서 몰아쉬는 골안개 닮은 숨소리

오늘도 펜이 뱉어내는 나직한 소릴 들었다

네 생각이 바뀌고, 세상이 꿈틀대면

내가 먼저 일어나리라

언젠가 저문 들녘에서 콩잎을 세고 있을 때

날아가던 검은 새, 하얀 석양빛이 보였다

젖은 주마등에 남빛 파노라마 물결

안구도 졸아들고

운기(運氣)도 희미한데, 문득 펜촉이

버들잎을 물고서 항문을 벌려 보였다

빙그레 웃으며 이죽대길

내가 휘면 네가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