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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고 김종길 선생님
2025-01-28
조회수 : 11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가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인 약력
김종길(金宗吉, 1926년 11월 5일 ~ 2017년 4월 1일[1])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며 영문학자이다.
경북 안동 출생으로,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이 입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성탄제》(1969), 《하회에서》(1977), 《황사 현상》(1986)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장과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