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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설날 감회

세배 돈 주실 할아버지 기다리는 동안
세배 돈 주고 싶은 손자 기다리는 나이가 됐다

서봉석의 설날 감회중에서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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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고 김종길 선생님
2025-01-28
조회수 : 11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가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인 약력

 

김종길(金宗吉, 1926 11월 5 ~ 2017 4월 1[1]) 대한민국 시인이며 영문학자이다.

경북 안동 출생으로, 1947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이 입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성탄제》(1969), 《하회에서》(1977), 《황사 현상》(1986)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장과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