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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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희 시 5편>
둥근 우주·1
새벽 풀밭에 방울방울 맺힌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동그란 언어의 우주와 마주한다
찰나의 풀잎과 교감(交感)
해 뜨기 전 적막 속으로
동그란 우주는 소멸하고
다시 피안에 이르는 둥근 우주
둥근 우주·2
초승달을 보면서 보름달을 기다린다
우주로 가는 시간은 아득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은 아니기에
달빛 머금은 한 송이 들꽃이 된다
꽃잎이 둥글고 향기마저 둥근 들꽃
기다리는, 백자 항아리
둥근 우주다
둥근 우주·3
새들은 바람이 부는 날 집을 짓는다
높은 나뭇가지에 천 번을
날아다니며
새들이 짓는 우주의 집
새끼들을 길러내고
세상 밖으로 날게 하는 어미의 사랑
바람과 나뭇가지가 짓는
비밀스런 새들의 집
오후 다섯시에 찍는 흑백사진
9월 오후
그 시간쯤의 햇빛은 가히 환상적이지
아침 혹은 점심나절의 햇빛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가슴에 찌릿한 순간의 통증을 동반하고
물처럼 스며드는 석양의 바로 직전
흑백사진을 찍는다
흑백 웃음 짓는 눈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비워지는
마음의 무게를 저울질 해 본다
달팽이
그가 가는 길은 더없이 고요하다
고요하지 않으면 천천히 갈 수가 없다
치열하게 아름다운 더듬이로
무거운 집을 옮기며
오로지 앞만 보고 가는 당당함, 명치 끝이 울린다
그가 가는 길은 젖어 있다
젖지 않은 길은 갈 수가 없다
치열하게 아름다운 더듬이로
생각의 수레를 밀면서
사막을 건너듯 가는 인내심, 가슴이 흔들린다
그가 가는 길은 피안이다
피안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치열하게 아름다운 더듬이로
천상의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