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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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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수선 중
2022-10-22
조회수 : 1220


철이 바뀌면 갈아입어야 하겠기에
제철 옷을 찾아 놓고 보면
체중이 빠진 탓인가 또 수선하게 된다
올해도
헐렁해진 바지통을 줄여야 했고
키에 맞춰 몇 센티 잘라내야 했다
덧셈 한참 해야 할 만큼 넉넉한 데도
산다는 일에 나이는 도통 도움 안 되는지
앞서며 뒤서며 따라 하기에
자주 넘어지는 제 그림자를 살피는 일도
현기증뿐 편한 일 못 된다
언제나 더 크게만 걸치게 되던
내일이란 이름의 신기루도
형편에 맞춰 자주 만지작거리다 보니
어느새 닳아서 메어지려고 하는 걸
어찌어찌 추슬러 놓았는데도
본전치기라도 하겠다는 듯 애써 남긴 것
떨이도 못 되는 헛소리 하나
‘편하게만 살았으면’ 뿐이다
기세 좋던 오줌 발 어디 가고
흘리지 말아야 할 것 눈물뿐 아니라는 경구에
화장실도 아닌 세탁소 구석에서
오징어 닮은 바지 하나가
삼복 무더위에 맛없이 오그라 들고 있다
다음에는 우그러진 것들 잘 펴줄
팔자 수선소가 있는 별을 찾아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