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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세상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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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음貧者吟
2022-10-22
조회수 : 1278


-달동네이사를 할 적마다
짐 싣는 차종이 점점 작아졌습니다
이제는 용달차 하나로도
다 쓸어 담고도 자리 남아서
서해 노을 한쪽을 빌려 채웠습니다
올라가는 셋돈만큼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힘없이 밀려다니는 보따리는
그래도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어
억지 춘향이라도 좋아합니다
별밤 건너 제일 먼저 세상으로 돌아온
아침이
지난밤 보내는 작은 창가에
저녁이면 또 그렇게 달이 돌아옵니다
가난은 늘 낮은 지붕 하고 살아서
햇빛도,
달빛도,
하물며 나랏님도 고개 숙여야만
들어설 수 있습니다
가난이 이렇게 높은 줄 알게 된 것은
이사할 때마다 하늘이 점점 더 얕아져서
한여름 구름 위에다
서천이 다 붉도록 적는 일몰을
마음 다해서 읽을 수 있는 경지에
내 감동이 산다는 것을 깨 닳은 때
정작, 지붕도 없는 허공에서
그냥저냥 사시는 하느님을
그대로 이웃에 두는 것이
제일 큰 자랑 그 다음이 무소유,
귀하디 귀한 가벼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