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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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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子規樓자규루
2024-04-21
조회수 : 207

 

子規樓자규루

 

청령포 단종애사

냇물에 씻기어 말간 네 발뒤꿈치 같은 조약돌이 여기저기 너무 많으니 어느 돌을 징검다리 삼아 청령포 모래밭에 널려 저리고 저린 서러움을 건너 푸르게 산 빛 여는 숲 그늘로 꽃바람 되어서 가리. 철쭉이며 진달래 붉다 지쳐 검게 멍들고 그 기다림 버거운 줄 모르고 오가기에 짓궂은 나비 어질 춤에 아리랑 가락 보다 더 하늘거리는 이 현기증을 사랑아, 한 번이라도 돌아다보았느냐. 네 마음은 구름 한 장으로 가려도 다 가려지는 어린 마음이었는가. 어찌하리 이제 여름 물난리에도 뿌리 지니고 살아야 할 풀꽃들은 바람이 불어도 제 그림자 무거워 떨어트려도 꽃 그 그늘 염천을 가는데 내 마음에 지지 않는 이 엄 동 설한 무 서리는 어느 햇빛으로 녹여야 녹게 될 대책 없는 미련인가. 멀구나, 멀어서 못 가고 못 오는 그 거리에 첩첩 놓인 것이 어이 산 뿐이랴. 한 여름 소나기에 후드득 성기던 짧은 꿈에서도 너는 언제나 비켜 가는 바람이 있느니 노을빛 한소곰도 곱다시 안 남기고 다 걷어 가는 깊은 밤이었 느니 사랑아, 또 그와 같이 다 거두어 가면서 아직 남아 무겁게 하는 이 허증은 어느 날 손보아 주려는고. 아! 씨줄도 날줄도 다 지워진 세월을 겉도는 하얀 그 발뒤꿈치가 꿈으로도 지쳐 못 가고 맴돌기만 하는 헛것이로구나. 자규루에 올라보면 은은한 달빛 속에 숨어 깊기만 하던 별빛을 사랑아, 너는 보느냐.

장릉은 동쪽 영월, 사능은 서쪽 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