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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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이 늘 왼 가슴 아리게 담겨오는 것은
가녀린 새가슴 애처로운 심혼을 보듬기 때문인 것을
(북성포구의 석양)
다섯 명의 동네친구들. 청년기부터 우정을 이어온 애증의 얼굴들이다. 그들과 인천부두 중 오지라 할 만한 북성포구로 전어회를 먹으러 갔다. 이곳은 세칭 ‘똥마장’으로 불리는 대규모 공장지대에 가려진 은밀한 도시 속의 갯고랑이 있는 포구다. 사실 인천에 사는 토박이들도 이상하게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은둔지 같은 곳이다. 100여 미터 정도 좁은 갯가 뚝방에 가건물 형태로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수상가옥 같은 자그마한 횟집들이 있다.
그 속에서 전어회에 창밖 갈매기를 벗 삼아 석양주를 들이키니, 온갖 시름은 이미 증발되어버리고 친구들 얼굴은 황혼 빛에 번쩍여 염화시중의 부처얼굴들이다. 예전에 똥마장이라 불린 이유는 갯골 위쪽으로 배다리까지 바닷물이 들어갔는데, 그 상류 쪽의 온갖 오물과 하수가 이곳을 경유했기 때문이라 한다. 어느 포구든지 인간의 우여곡절처럼 주름진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대와 풍경에 푹 절은 바람결이 제법 눅눅한데, 전어 회 맛은 고소하며 달착지근하다.
횟집 처마 밑에서 갯가를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낚시도 하고 산책도 하고 있다. 공장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기계음도 들려온다.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만조(滿潮)도 멀지 않다. 저만큼에서 아이들 외치는 소리도 들려오고, 횟집 아줌마 호객소리 또한 정겹게 들린다. 그래! 오늘이 시월 초닷샛날이지? 사람 사는 냄새와 소리가 좋아 어깨가 절로 들썩거렸다. 문득 ‘똥마장’ 갯골에서 진득한 바다내음이 풍겨왔다. 전에 쓴 졸시가 생각나서 흥얼거려 본다.
파도가 늘 먹먹하게 그리운 것은
철썩철썩 묵은 가슴 두드리기 때문인 것을
해풍이 늘 아프게 시려오는 것은
빛바랜 옛 사진 하나씩 시나브로 끄집어내기 때문인 것을
갈매기가 늘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것은
끼룩끼룩 꺼이꺼이 설움 봇짐 풀어주기 때문인 것을
수평선이 늘 왼 가슴 아리게 담겨오는 것은
가녀린 새가슴 애처로운 심혼을 보듬기 때문인 것을
저 어선 한척에 늘 영육을 적재하고 싶은 것은
오라,떠나자 부르는 표백 된 노스텔쟈 손짓 때문인 것을
그래서 그 사람이 늘 미치도록 보고파지는 것은
바다가 되어 마침내 하나가 되고 싶기 때문인 것을
- 한기홍 시 ‘늘 바다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