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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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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팬 문학 2023년 원고
2023-09-19
조회수 : 500

  채석강에서

 

내 오늘

그대를 찾으러 나섰다가

정작 속은 비키고 옷자락에서만 칭얼거리며

쓸데없이 나 돌아다니는 한 무리의 바람을 만났네

마음 가리고 몸짓으로만 우는 나뭇잎도 만났네

허전한 산이 바다로 내려와

출렁거리는 물에 얼굴을 던지고

그림자 찾기 하는 것을 보았네

그러나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질식하는 것이 두려운 시간의 둘레 뿐

어디에도 당신은 없고

씹을수록 쓴맛으로 돌아오는 옛날이

이 가을도 애간장에 지는 플라타너스 잎을 타고

그대를 향하는 물결로 있었네

바람이 밀면 저만큼 밀려났다

돌아와 다시 그 자리에서

저녁을 떠나는 파도 소리로 새 아침을 빌었네

사실 그것이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바로 그 배냇짓 일세

사는 것이려니

바다 저어가는 놀 구름으로

마음껏 몸을 태우는 채석강 낙조

파도가 소리로 쌓이는 돌 책의 오묘함,

서해와 동해 그리고 남해로 나뉘는 일이

살 몸으로 바람을 이기거나

햇빛으로 그늘 짓는 일인 것을 알았기에

순리만 찾아 읽기에도 이 하루는 너무도 짧았네

여럿 사람 중에정작

그대 없이 섭섭함만 함께 있었고
바다가 펼치고 물결이 따라 춤춘 시 노래 ‘채석강’을
다 읽어 봤다는 서천 노을이 눈 붉히며, 벌써
글썽글썽 저물고 있었기 때문일세

 

 333폐광의 노래 

 

우리는 그 여인을 아네
그 여인이 낳은 것은 모두가 불
지금 우리는 그 여인의 자궁 속에 와 있네
폐경 전까지 낳아 놓은 조개탄으로
추울 때마다 불 달궈진 문경은
바리바리 금칠로 도배를 하고
찌그러진 주전자 마다
젓 가락이 춤춘 자리 흥겨웠었는데
이제는 쓰일 모 없어진 양수가
다만 복수로 차서
나팔관 가는 길을 막고 서서, 더는 침묵
매일 태양이
우람한 빛으로 무찔러 와도
불씨를 착상할 태반이 되지 못하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이 구중심처에 감추어진
은밀한 비밀을 보네
形象記憶 형상기억으로 깨어나는
프로메테우스의 심장이
分針 분침에 쪼여 빛을 일으킬 때
트라우마에 걸린 진폐증도
하얗게 탄 재로 승천한
십구공탄의 따스함으로 그리워 저서
언젠가 새 날을 물고 새재 넘는
꽃 바람을 보게 될 것 일세
여기는 폐광, 그래도
문경은 아직도 따듯한 자궁 속,
잘 감춰진 내일 일세.

 

  

1 선화공주평전

 

우리 조상 중 원조 가출 소녀는 선화공주 섰네
유행에 민감해서 잡스러운 노래 몇 마디에도 사증 대조 없이 바람난 알라딘 담요를 타고 금지옥엽 보자고 눈 활활 불 켜는 화랑 낭도 몰래 신라의 한편을 덜어다가 개구리 소리 요란하게 비 내리는 궁남지에 宮南池 풀어 놓고 잠들었던 뿌리를 달래 연꽃 피게 하시더니 이제는 흐린 물조차 다스리는 일로 커진 사랑, 어쩜 부처의 말이기도 하고 나라님 가르침 같기도 한 타이름으로 제각기 동서남북으로 나뉜 핏줄 잇대기 하자는 배달행을配達行 펴셨네.아직 뜻을 몰라 사투리 검문한다고 서슬 세우는 나제통문을羅濟通門 없애고 서울 말씨로 표준화하자고 소원했는지 몰라. 알고 보면 정 많은 봄바람 하나가 제 철로 신던 마른 꽃 신으로 미움 하고 사랑 사이에서 원앙 무를 鴛鴦舞 추었던가 하는 정도의 사건도 특종감이지만 전래로 유일하게 사랑 찾자고 서둘러 보쌈 당 한 날, 이어 불던 바람에 달빛 구겨진다거나 찡그리면 별빛 흐려진다고 해서 눈짓조차 숨긴 봄밤, 그늘 풀려난 햇빛처럼 환한 연애사만으로도 이야기가 넉넉해지는 궁남지에宮南池 가면, 비록 가출을 했어도 그 향기를 지킨 기개로운氣槪 조상 꽃을 만날 수 있네.

 

사진:부여 궁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