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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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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소리
2024-05-17
조회수 : 165


비 내리는 소리는
주룩 주룩 단음계, 단조롭지만

가수 이미자님이 부른 동백 아가씨 보다 섧고
전라도 수심가 보다 절절해서,

만나러 가는 사람 생각에 처량하고
만나고 오는 사람 때문에 울적하다.

씻어도 땟물 지지 않는 세상 무심하고
씻지 않아도 씻기는 목숨 가녀려 답답하다.

어느덧 내 안에 스며 내리는 비에
씻기는 나와 씻기지 않는 내가 서로 보며 섧다.

비 내리는
천지 사방이 다 이별하는 소리

기다림 끄지도 못하고 비 맞는 가로등이나
불 켜지 못하고 비 맞는 가로등

해가 보이지 않고 섧고
달이 보이지 않고 섧고

그대가 보여 섧고
그대가 보이지 않아 섧고...

비 내리는 소리는
장단 없는 단박이지만,

들으면 들어 괴롭고
안 듣자니 공연스러이 울적한 심사

비는 울고 싶은 저 하늘이
불어 재끼는 그 뭐라나 하는 소야곡

예배당 종소리도 비에 젖고
산간 범종 소리도 비에 젖는다

산이 젖고 강이 젖고
나무가 젖고 새가 젖는다

젖으면서 모두 아픈 소리를 내고
그걸 듣는 하늘도 흐려져서 다시 비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