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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세월에게는 정지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해거름 녘
세상이 붉게 저물어 가고 있다

*축 김리영 시인 새 시집'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출간*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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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자 한 心自閑
2024-03-18
조회수 : 267

 

봄을 열고 창문 가득 들이차는 산천초목에게서

지난해 것보다 더 짙은 초록을 가져다가

궁색한 집안 초지 삼아 굽 둘렀다

알록달록 따라온 꽃무늬 도배지가

6월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 구경한다고

활짝 눈뜨며 봄으로 피어난다

식물도감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었는지

시절 구분하고 때 나누던 악습을 타파하고

벌써 피기 시작한 쑥부쟁이, 구절초

그보다 더 먼저 핀 코스모스는

마구 흔들어도 탈 안 나는 허리로

바람 갈아타며 잘도 까분다

초 여름이면 몇 다스나 쓰게 되는지 모르지만

구레용 보다 더 많게 색칠 화장 중

한 오십 년쯤 지난 달력을 찾아다 놓으니

탱글탱글하게 돌아오는 그 애들 다시 보이고

자주 수줍든 천진 세월 그립다 눈 붉힌다

구름을 오려다 그 세상에. 띄워놓고 보니

풍선 나는 하늘

이 되바라진 삶의 땀 냄새 속에서

나비 춤 신 바람 마음 홀로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