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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詩낭송을 장르로 정착시킨 시낭송가 공혜경씨
입력 : 2008-05-08 02:26:18 수정 : 2008-05-08 02:26:18
"詩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을 보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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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시낭송가 공혜경이 드리는 어머니, 그 이름’에서 공혜경씨가 어머니의 은혜를 절절하게 표현내내고 있다. |
“시 낭송도 박자와 리듬 등 갖춰진 틀이 있습니다. 자기 매너리즘에 빠져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읽는다고 다 낭송은 아닙니다. 시에 대한 애정은 기본이고 시를 함께 즐길 만한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도 필수적입니다.”
주요 정부 행사 때마다 시를 낭송해 ‘국가기념 시낭송가’로 불리는 공혜경(43·문학공감연구소 소장)씨는 시 낭송을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키고 있는 우리나라 시 낭송의 일인자다.
그는 그냥 얌전히 서서 읽거나 외우는 기존 시 낭송의 격을 깬 인물로도 유명하다. 시 낭송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승화시켰다.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이미 시와 뮤지컬, 시와 왈츠, 시와 오페라 등 퓨전 시 낭송의 원조. 2006년 중국 후베이성 우창 황허루(황학루) 앞에서 열린 ‘나라음악큰잔치’ 공연 땐 최호의 시 ‘황학루’를 손수 안무한 학춤을 추며 낭송해 지켜보던 중국인들의 넋을 빼놓기도 했다. 당시 공씨는 인간문화재와 대학 교수를 찾아다니며 학춤을 배웠고, 한복엔 학 모양의 수를 놓아 투철한 직업의식을 선보였다.
6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시낭송 발표회 ‘시낭송가 공혜경이 드리는 어머니, 그 이름’에선 시극, 행위예술,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과 접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자리엔 개그작가 전영호씨, 대중가수 신촌블루스, 테너 김철호씨, 설치예술가 박이창식씨, 주요무형문화재 제5호 보유자 송순섭 명창 등이 게스트로 참여해 행사장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개인 발표회 형식을 띤 이번 공연은 시낭송가로서는 전무후무한 무대였다. 그동안 시 낭송은 중고교 학예회 차원이나 소수 문인들의 동인회, 종교 행사의 일부로 치러지거나 큰 행사 도입부에 양념처럼 삽입돼 온 게 관례다. 하지만 공씨는 당당히 ‘시낭송가 공혜경이 드리는’이라는 행사 명칭을 넣어 독립 공연을 펼친 것.
“관객이 저의 시 낭송을 통해 감동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으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짜릿함을 느낍니다. 특히 시 낭송은 마음을 치료하는 묘한 힘이 있어요. 제가 낭송하는 시를 듣고 아픈 마음이 치료됐다는 사람을 여럿 만났습니다. 모든 예술 장르가 카타르시스를 주겠지만 시는 특히 그 기능이 강합니다.”
공씨와 시 낭송과의 인연은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였다. 10여년 전 선배의 권유로 문화관광부장관상이 걸린 시낭송 대회에 참가했다가 덜컥 대상을 받은 것이다. 시 낭송 레슨을 받은 적도, 특별히 시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과분한 상을 받은 후, 공교롭게도 시낭송가로 참가하는 행사마다 규모가 커지고 매스컴을 타게 돼 그해부터 국가 기념식 시낭송을 도맡게 됐다.
“한 편의 시를 낭송하기 위해서 배경음악, 의상, 안무 등을 모두 혼자 준비합니다. 배경음악 선정도 100여곡을 들은 후에 편집하고, 상황에 맞는 의상을 구하기 위해 때론 원단을 외국에서 구해오기도 합니다. 재작년 중국 후베이성 자위의 츠비(적벽) 공연 땐 옛날 장군 느낌이 나는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구입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이번 시낭송 발표회에 맞춰 첫 시낭송 CD ‘어머니, 그 이름’(대신미디어)을 발매했다. 어버이날 즈음에 낸 음반엔 모든 생명과 사랑의 원천인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았다.
“시 낭송회를 통해 한 장의 작은 CD 안에 못 다 담은 큰 사랑, 큰 감동을 담고 싶었다”는 공씨는 “시극, 행위예술,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각 장르의 저명 인사들이 풀어놓는 그들의 평범한 어머니, 그러나 위대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대중적 공감의 폭을 더욱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CD에는 공씨 자신의 ‘소박한 소망’을 비롯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정일근),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정호승), ‘어머니 변주곡 4’(천상병), ‘엄마와 딸’(이해인) 등 어머니 관련 낭독 시 17편이 담겨 있다.
공연 때 보면 간혹 팔짱을 끼거나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분이 있어 당혹스럽다는 공씨는 “예술이 낯설어 시 낭송을 접해보지 못한 이런 분들을 위해 나름으로 궁리한 게 다양한 퍼포먼스”라며 “장르가 어떻든 무대에 서는 사람은 관객 탓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객에 다가가야 관객의 마음을 열고 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홈피(cafe.daum.net/seochae)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씨는 요즘 뜻밖에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소외된 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자신의 달란트를 모두 쏟아 붓겠다는 포부다. “한 종교단체에서 노숙인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는 소식에 큰 자극을 받았다”는 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일수록 시를 감상하고 문화예술을 향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화복지로 가는 지름길 아니겠느냐”고 밝게 웃어보였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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