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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시 처럼 살기
-벽년해로-

아직 내어줄
가슴이 있고
기댈 어깨가 있으니
우리 백년해로에
아쉬울 일 없다
부부란 서로에게 마음이 되어 주는 일로
정 나눔 하는 사이





시詩사랑하기 바빠서 늙을 틈 없네*서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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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고택( 梅花古宅) 글. 한기홍 시인
2024-06-22
조회수 : 139

어제 내린 비는 이 시절의 은총이다. 일상에 짜증을 섞어 주었던 미세먼지를 한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화창한 오늘은 무조건 나서야 한다. 어디로? 서남단 지리산의 관문 구례여행이나 떠나 볼까.
옷차림은 ‘강호출도’하는 협객의 경장처럼 날렵하다. 등짝에는 보검 대신 카메라를 둘러맨다. 자아! 출발이다.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산20-1번지. 화엄사는 이 땅 중생의 삶 그 자체다. 종교를 떠나서
인간의 이상이 얼마나 고귀한가를 깨닫게 하는 상징물이다. 2층 팔작지붕 각황전 앞에 서 보라.
삼백 이십여 살 먹은 웅장한 전각이 은연중 뿜어내는 위엄에 저절로 합장하게 된다.

앗! 그 옆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정체는? 단청 없는 각황전의 묵직한 위엄을 비웃는 걸까.

진분홍 파안대소 미녀가 하늘거리고 있다. 오늘은 춘삼월 하순. 역시 만개한 화엄매(華嚴梅)는
명불허전이로구나. 낭창한 자태가 부처라도 유혹할 듯 농염하다. 상춘객들 발을 묶어도 유분수지,
경내 풍광을 독점하고 있는 저 오만한 자태의 신비로움이여.

 

예로부터 매화는 경남 산청을 꼽아왔다. 오래된 고목에서 힘겹게 피어나는 고고한 기상은

남명 조식과 같은 절개 있는 선비와 연관되어 인문학적 의미가 내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청매화는 세월의 두께를 이겨 내지 못했다. 근동을 지배했던 명성은 수명을 다하였거나

마지막 숨을 가쁘게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위의를 뽐내고 있는 호남오매(湖南五梅)가 있다.

호남지방의 오매란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전남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담양 지실마을의 계당매,

고흥 소록도의 수양매 그리고 전남대학교정의 대명매를 일컫는다. 그러나 가지가 휘영청 늘어진 것이

수양버들 같이 보인다고 하여 수양매란 애칭을 갖고 있는 고흥 소록도의 수양매는 그 생명을 다했고,

나머지 사매(四梅)는 현역으로 그 절정의 매혹을 뽐내고 있다.

혹자는 수양매를 대신하여 화엄사 각황전 한 편에 곱게 늙은 노승과 같은 화엄매를 호남오매로 꼽는다.

이른 아침 붉은 해가 지리산 노고단을 넘어와 화엄사 골짜기를 비출 때,

붉다 못해 검게까지 보여 '흑매(黑梅)'라고도 불리우는 화엄매는 고상절기를 모두 갖추었음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는 이유다.

 

대웅전 뒷길로 길상암을 찾아 가보자. 소슬한 봄바람이 살랑대는 대숲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시절 청운의 꿈을 품고 주먹을 움켜쥐며, 세상의 파도에 맞섰던 때도 있었지.

젊은 날의 호연지기가 떠올라 뭉클한 감상에 젖는다. 길상암 가는 숲길은

세속의 번잡한 인과관계를 잠시나마 씻어준다. 이 또한 부처의 무량한 은덕이리라.

가는 길에 구층암에 들려 한국 자연주의 건축의 절정이라는 모과나무 괴목 기둥을 본다.

이 울퉁불퉁한 회백색 고목이 토해내는 숨결은 또 얼마나 숭고한 화엄의 세계인가. 시누대

그윽한 오솔길을 따라 길상암에 오르니, 초탈한 모습의 스님 한분이 툇마루에서 찻잔을 들고 있다.

허어라! 삶의 참뜻은 무엇이며, 부처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대웅전에 오르며 본 석축에 새겨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글귀를 되새겨본다.